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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엽의 공학이야기]플라스틱은 과연 환경의 적일까 출처 경향신문
교수명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날짜 2019-01-09 Views 40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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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의 70%는 물이고 우리 주변의 물건들은 70%가 플라스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며 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plastic)은 그 어원이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 있듯이 원하는 형태로 가공이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대부분은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생산된다. 플라스틱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연계에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이 마지막 특성 때문에 사용 후 폐기된 플라스틱은 오랜 기간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게 된다. 인류가 지난 수십년간 만들어낸 플라스틱의 양은 약 83억t으로 계산된다.

[이상엽의 공학이야기]플라스틱은 과연 환경의 적일까

최근에도 인구 증가, 산업과 사회의 발전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연간 3억5000만t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서도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플라스틱 중 약 9%만이 재활용되었고, 12%가 태워졌으며, 79%는 모두 땅속에 폐기물로 묻었거나 버려졌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의 일부는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들어간 뒤 원형순환 해류 등의 이유로 오랜 기간 모여져서 우리나라 크기의 약 10~15배에 달하는 큰 플라스틱 섬들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버려진 플라스틱들은 해양과 육상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80%에 달하는 해상쓰레기가 플라스틱이고 바다 새들의 90%가 플라스틱을 배 속에 가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크기가 5㎜보다 작은 것으로 정의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공업용 연마제나 치약, 각질제거를 위한 세안제 등에 포함된 것뿐 아니라, 버려진 폐플라스틱들이 햇빛과 마모에 의해 서서히 부서져서 생성되기도 한다. 이 미세플라스틱들을 물고기가 먹고, 우리는 그 물고기를 먹으니 미세플라스틱이 축적될 수 있는 것이다.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플라스틱은 인류와 환경의 적일까? 답은 ‘아니다’이다.

우리가 입고 신는 옷과 신발, 칫솔 등 개인위생용품, 페트병과 플라스틱용기, 포장지, 휴대폰, 컴퓨터, TV, 전자기기들의 외부물질과 부품들, 자동차의 내외장재, 건축 내외장재 등 정말 플라스틱 없이 이 세상이 돌아갈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플라스틱이 없는 현대사회는 상상할 수가 없다. 플라스틱, 보다 더 정확하게는 석유화학 제품들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 많은 물건들을 철이나 나무로 대체한다고 생각해보라. 불가능할 것이다. 오히려 자동차 경우만 보더라도 경량화 추세에 맞추어 금속 부품들을 엔지니어링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플라스틱 물건들이 분해가 안된다고 불평을 하는 것이 맞을까? 만일 당신 자동차의 범퍼가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된다면 그 자동차를 구입하겠는가? 오히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고, 썩지 않는다는 좋은 특징들이 요구되는 많은 산업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일회용 포장재와 용기들 또한 가격경쟁력과 그 편의성으로 인해 지속 사용의 유혹을 벗어나기가 힘들다. 그래서 가장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일회용 플라스틱 물품들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사용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공동체의 경우 지난해 초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 규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더니, 드디어 지난해 12월20일 사용금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올해부터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일부 젖은 식품 이외에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플라스틱 문제는 무엇 때문일까? 우리가 마구 사용하고 아무 데나 버려 온 우리 행동의 문제가 아닐까? 사실 썩지 않는 물질들은 금속과 돌 등도 많이 있고 그 용도에 맞게 잘 사용하여 왔다. 플라스틱이 없었다면 무분별한 벌목 등 천연자원들의 엄청난 사용으로 환경에 더 큰 해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좀 더 잘살고 편하게 살기 위해 너무 많은 양의 화석원료들을 꺼내서 연료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실제 인류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되었다. 꼭 필요한 양만큼 만들어서 사용 후에 재활용이라도 잘 했다면 오늘날의 플라스틱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오히려 플라스틱은 천연자원의 고갈을 막고 환경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조치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우선 편리성 위주의 우리 생활패턴을 바꾸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을 자제하고, 사용되고 폐기되는 플라스틱은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도 일부 일회용 제품들과 미세플라스틱 같은 경우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생활습관상 버려지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존 석유화학 유래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생분해성 바이오 기반 친환경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기존 석유화학공정을 통해 생산되는 많은 화학물질과 고분자들도 친환경 바이오 기술로 생산하는 미래 화학산업이 다가올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바이오 기반 친환경 화학산업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플라스틱, 그 자체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생산과 관리, 사용, 그리고 폐기와 재활용을 제대로 잘하지 못한 것이 플라스틱을 환경오염물질로 만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플라스틱의 친환경 생산, 올바른 사용과 재활용을 통해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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