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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상엽의 공학이야기]미래의 화학산업 출처 경향신문
교수명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날짜 2019-03-06 Views 11 Comment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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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세기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 수출액만 501억달러에 달해 총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석유화학산업은 거의 모든 산업에 기초가 되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전략산업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산업의 원료가 되는 원유, 천연가스 등 화석원료는 고갈 문제가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다. 현재 속도로 쓴다면 원유는 약 51년, 천연가스는 53년 정도 사용할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탐사기술의 발전으로 채굴 가능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늘어남에 따라 현재 예측되는 사용연한이 확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꺼내서 쓰는 속도가 생성속도보다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언젠가 고갈된다는 것이다. 현재 인류가 죽을 때까지는 고갈되지 않으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땅이나 바다 속에 오랜 기간 잘 묻혀 있던 원유와 천연가스를 꺼내 사용하여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급격하게 많이 발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전 세계가 미래의 화학산업인 바이오화학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이상엽의 공학이야기]미래의 화학산업

바이오화학산업은 자연계에서 재생 가능한 형태로 자라고 번식하는 식물이나 미세조류와 같은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우리에게 필요한 화학물질들을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즉 원유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대신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바이오화학산업을 발전시킨다고 식량자원을 원료로 사용하면 안되기 때문에 비식용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써야 한다. 원료가 확보되었으면 석유화학공장에 해당하는 바이오화학공장이 필요하다. 윤리적인 문제와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운 미생물이 이 역할을 한다. 즉 바이오매스로부터 유래한 포도당이나 설탕 등을 미생물 먹이로 주면 미생물이 대사활동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화학물질들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분리한 미생물들은 화학물질들을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못한다. 이를 해결하는 공학기술이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이다. 대사공학은 화학물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자 하는 등의 목적을 가지고 생명체(바이오화학산업의 경우에는 미생물)의 대사회로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목적을 달성하는 행위 전체를 통칭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미생물의 대사회로도 여느 생명체처럼 자신에게 꼭 필요한 양만큼의 대사산물들을 만들어서 활용하다 보니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미생물들이 경제성이 있도록 효율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사공학을 통해 미생물 전체 대사회로를 이해하고, 원하는 제품을 생산하도록 대사회로를 만들어 넣기도 하고, 최적화할 뿐 아니라, 세포는 원하더라도 우리는 원하지 않는 대사회로의 경우 없애버리거나 약화시키는 등 일련의 작업을 수행한다.

최근 문제가 크게 부각된 미세플라스틱 같은 경우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계에서 생분해되면 좋겠다. 미생물 중에는 천연 폴리에스터를 합성 축적하는 것들이 있다. 자연계에 포도당과 같은 탄소원은 풍부하고 질소나 인과 같이 필수 성장인자가 부족한 경우, 미생물 입장에서는 소중한 탄소원을 다른 미생물들에 빼앗기고 싶지 않아 자신의 세포 안으로 얼른 들여와서 보관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렇게 탄소원을 세포 안으로 계속 들여오면 삼투압 문제가 생기므로 들여온 탄소원을 고분자로 바꾸어 보관하는 대사회로가 진화적으로 생기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천연 폴리에스터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라는 고분자이다. 나중에 필요시 세포 내에 축적했던 고분자를 분해하여 자라는 데 사용하므로 100% 생분해성이 있다. PHA를 합성하지 못하는 우리 장내세균인 대장균에 대사공학을 통해 세 가지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들을 생산하게 하고 대사회로를 최적화하면 PHA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만들어진 대장균을 발효하면 우리가 원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강철보다 강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원료도 바이오화학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다. 양쪽 끝에 아민기가 붙은 다이아민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중요한 원료 중 하나다. 자연계에 있는 미생물들은 이 다이아민들을 자기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 사용하므로 생산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미생물 내에서 대사회로를 조절하여 어느 이상 못 만들게 하는 조절인자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우리가 원하는 다이아민 생성에 관여하는 반응들을 강화시키고, 다이아민 생성과 경쟁하는 대사회로들을 없애버리는 대사공학을 통해 다이아민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양쪽 끝에 카르복실기가 붙은 다이애시드 경우도 유사한 방법으로 미생물을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생산할 수 있다. 미생물 발효로 생산한 다이아민과 다이애시드를 화학공정을 통해 중합하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100% 바이오 기반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4,858,000,000,000. 이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의 뒤에 ‘달러’만 붙이면 현재 전 세계 연간 화학산업 시장의 규모가 된다. 화석원료의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바이오화학산업은 필수적이다.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조력 등 다양한 재생 가능한 형태가 있지만, 화학물질은 태양과 바람, 물을 아무리 쳐다봐도 주지 않는다. 게다가 산업의 쌀을 제공하며 우리나라의 국가기간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은 미국발 셰일가스 기반의 화학산업과 원유만 공급하던 중동에서의 석유화학산업 확대 등으로 인해 나날이 심화된 경쟁에 처하고 있다. 당장은 바이오화학산업이 석유화학산업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도 기술개발 완성도가 낮은 바로 지금이 핵심 기술력을 확보할 때이고 미래 화학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미래를 보고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우리 산업의 쌀을 모두 수입에 의존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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