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창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Quantitative Finance’
김우창
서울대 산업공학과, 미 프린스턴대 금융공학 박사, SSCI 학술지‘Quantitative Finance’

지난해 여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중국의 한 인사가 한국의 대형 금융기관과 연결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중국의 모 성(省)이 중앙정부로부터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라이선스를 취득할 권한을 부여받았는데, 외국의 유명 금융기관과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회사를 설립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굳이 외국 업체와 공동으로 하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 이유를 물어보니, 중국 정부 차원에서 금융 시장 개방을 결정했고, 이에 신규 라이선스 취득과 회사 설립에 있어서 외국계 회사와 협업을 장려해 여러모로 사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의 금융 시장 개방이 미국과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면피성 정책 혹은 정치적 수사가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철옹성처럼 닫혀 있던 중국의 금융 시장이 바야흐로 열리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외국인이 100% 지분을 가진 선물·생명보험회사 설립이 허용됐으며, 4월에는 자산운용사, 12월에는 증권사 및 투자은행(IB) 지분 제한이 완전히 철폐될 예정이다. 은행 역시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외국계 은행의 총자본 요건은 완전히 폐지됐고, 합작 은행의 외국계 자본 지분 제한도 완화됐다. 지난해까지 외국계 은행의 지분 한도가 49%였으나 이번 조치로 외국계 은행은 중국 본토에 지점이나 외자 법인 은행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원래는 올해 12월 1일부로 적용될 예정이었던 이번 조치는 1월 3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전격 공개됐다. 원래 계획보다 무려 11개월이나 일찍 시행된 것이다. 중국 당국이 ‘빅뱅’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전격적인 금융 시장 개방이다.

중국 시장은 모든 산업군에서 매력적이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중국의 금융 산업은 잠재력이 크다. 이미 45조달러(약 5경원) 규모인 중국 금융 시장은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발맞춰 앞으로도 지속해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고객군의 질적인 성장 역시 명확한데, 개인 차원에서의 부의 축적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며, 연금 제도 개편 등에 힘입어 앞으로는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다. 금융 산업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상인 중산층 이상의 고객층이 새롭게 수억 명이 생기는 것이다.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좋은 기회임은 명확하지만 중국 시장 진출에 앞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이슈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중국의 금융 시장 혹은 자본 시장의 개방은 비가역적임이 확실해 보인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 중 한 가지는 2019년 1월에 전격적으로 취해진 회사채에 대한 유통 업체, 즉 은행의 암묵적 보증 금지다. 중국에서 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면 주로 은행이 이를 유통한다. 2018년까지는 회사의 재정 상황이 나빠져 채권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 이를 유통한 은행이 대신 지급해주는 관행이 있었다. 따로 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관행이었다. 중국 은행이 대부분 국영임을 고려하면, 기업의 회사채가 실질적으로 국채와 다름이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면서 많은 기업과 지방 은행이 파산하고 있다. 이를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거품이 꺼지는 것으로 해석하는 일부 시각이 있지만,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금융 시장 개방에 앞서 정부가 결정된 시간표에 맞춰 사전작업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 시장의 왜곡을 사전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개방 이후 실물경제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조치는 한 번 시행되면 과거로 회귀하기 쉽지 않다.

다만 개방의 비가역성이 외국계 기업에 언제까지나 문이 열려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외국계 금융기관이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지긴 했지만, 최종적으로 법인 설립을 허가해주는 것은 결국 중국 당국이다. 금융업은 규제 산업이기에 라이선스 없이는 사업을 할 수 없다. 언제든 중국 정부가 새로운 외국계 회사의 진입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관련 업무를 하는 현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지금은 정부 차원에서 외국계 회사의 진출을 독려하지만, 이것은 한시적일 가능성이 커 앞으로 수년 동안 해외 업체에 문이 열려 있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중국 진출을 하는 것은 상당한 비즈니스 리스크가 있는 의사 결정이며, 이미 어느 정도 준비된 업체만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쉽지 않은 中 금융 시장 진출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한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중국 현지 전문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예를 들어 100% 외국 자본으로 뮤추얼펀드를 설립하는 경우 사장(CEO)과 감사인은 특정 금융 규제 관련 정부기관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들의 최소 연봉이 150만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 설립 시 일을 무난하게 처리하기 위함이다(당연히 합작법인의 경우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다). 임원급이 아닌 중견급의 몸값 역시 한국보다 낮지 않은 편이다. 비용이 높은 만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는 작은 규모로 사업을 하게 되면 자생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비즈니스 자체가 자생적인 것으로, 성장하지 않아도 인수·합병을 통한 엑시트(exit·투자 회수)로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기에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포함한 모든 펀드 라이선스를 소유한 운용사는 시장가가 최소 수천억원에 이른다. 사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릴 수만 있으면 수익을 내지 못해도 충분히 회사를 매각함으로써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중국 정부가 허용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이번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은 이미 충분히 준비된 해외 업체 중 중국에서 본격적이고 지속적으로 비즈니스할 곳만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번 기회를 아주 매력적으로 느낄 우리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중국에 진출할 우리 기업이 있다면 기술적 역량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중국 규제 당국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중국은 금융 산업을 기술 산업으로 만들 복안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금융 산업 내에서의 기술 표준을 선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의 특성상 한국처럼 영업점 위주의 오프라인 사업은 큰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시장 개방 이후로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금융 섹터에 통제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고, 따라서 금융 산업이 온라인 위주로 완성될 필요가 있는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지난해 8월 미국의 뱅가드가 알리바바 산하의 앤트 파이낸셜과 조인트벤처를 만든 것이 좋은 사례다. 우리 기업이 비록 자본력으로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업체에 밀릴 수 있겠지만, 기술력을 통해 이 약점을 극복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출처: 조선비즈 (http://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06&t_num=136084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