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출처, 교수명, 날짜, Views, Comment 제공
제목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천연 식물의 좋은 성분, 미생물로도 만든다 출처 경향신문
교수명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날짜 2019-05-29 Views 7 Comment 0

l_2019053001003390600265592.jpg

 

토마토는 건강에 아주 좋다. 토마토의 여러 좋은 성분 중 라이코펜이라는 식물의 이차대사산물은 아스타잔틴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천연 항산화제이다. 이차대사산물은 어떤 생물체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필수적인 대사산물은 아니지만 성장이나 외부 유해균으로부터의 보호, 향을 내어 곤충 유혹, 그리고 다른 식물과 상호작용 등의 역할을 하는 화학물질을 말한다. 식물이 만드는 수많은 이차대사산물 중에는 라이코펜, 아스타잔틴과 같이 좋은 효과가 있는 것들이 많다 보니 이들을 함유한 건강보조제들이 많이 시판되고 있다. 단순히 건강보조용이 아니라 실제 치료용 의약품들도 식물 유래의 이차대사산물들과 그들의 유도체인 경우가 많이 있다. 해열제와 진통제로 널리 사용되는 아스피린의 화학명은 아세틸 살리실산인데 이는 오래전부터 해열제로 사용되었던 버드나무 껍질에 들어 있는 살리실산으로부터 유도된 것이다. 이뿐 아니라 바닐라 향과 같은 식품첨가제로 쓰이는 이차대사산물들도 있다. 이렇게 유용하고 다양한 이차대사산물들은 식물을 재배하거나 식물세포의 배양으로만 생산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대사공학을 통해 식물들이 생산하는 천연물들을 미생물이 생산하도록 만들고 이렇게 개발된 미생물의 발효로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미생물에 의한 생산의 경우 식물과 같이 기후변화와 날씨, 토양의 질과 재배 인력 등에 의존하지 않고 항상 일정한 품질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천연 식물의 좋은 성분, 미생물로도 만든다

몇 가지 예를 보자. 포도 껍질에 많이 있는 폴리페놀계 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은 항암, 항염, 항노화, 심지어는 수명 연장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포도주를 너무 많이 드시지는 않아야겠다. 프렌치 패러독스는 적포도주를 많이 마시면 레스베라트롤을 많이 섭취하게 되어 오래 살게 될 것 같지만, 효과를 보기 위해 많은 양의 와인을 마시면 오히려 더 독이 된다. 따라서 생명공학자들은 효모를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해 레스베라트롤을 발효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병원에서 매우 중요한 진통제로 쓰이는 모르핀은 양귀비로부터 획득한다. 양귀비의 덜 익은 꼬투리를 긁어 상처 내서 채취한 유액을 말려 얻는 아편의 여러 알칼로이드 성분 중 하나가 모르핀이다. 2015년 캘리포니아공대의 크리스티나 스몰키 교수는 양귀비, 박테리아, 심지어는 쥐로부터 적절한 유전자들을 조합해 효모를 대사공학적으로 개량함으로써 모르핀 전구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까지는 생산 농도가 아주 낮지만 효모의 추가 대사공학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킴으로써 양귀비 경작을 하지 않고도 모르핀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자 안세이아라는 회사를 창업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모르핀을 화학적으로 조금만 변형하면, 정확히 말하자면 모르핀에 있는 두 개의 수산기를 메톡시기로 치환하면, 소위 마약의 최고봉이라는 헤로인이 된다. 평소 잘 알고 있는 스몰키 교수이기에 이러한 마약 남용을 포함한 안전문제에 대해 물었더니, 그렇지 않아도 연방수사국(FBI)에서 매우 심각하게 감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2015년 중국의 투유유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아티미시닌은 말라리아 치료제인데 개똥쑥 등의 식물에서 아주 미량 만들어진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제이 키슬링 교수는 10여년에 걸친 대사공학 연구 끝에 효모를 이용해 아티미시닌의 전구체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제약사를 통해 상용화했다. 또한 키슬링 교수는 홉의 맛을 내는 이차대사산물을 효모가 만들게끔 하여 홉을 넣지 않고 맥주 발효를 해도 홉을 넣어 발효한 맥주와 유사한 맛을 내는 맥주 생산 기술도 개발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여러 주에서 대마초가 합법화되는 것에 맞추어 대마의 성분 중 하나인 테트라 하이드로 카나비놀과 유도체들도 효모의 대사공학에 의해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식물의 이차대사산물들을 미생물로 만들 수 있는 것일까? 필자의 연구실에서 개발한 아스타잔틴을 생산하는 대장균을 예로 들어 보자. 우선 대장균은 아스타잔틴뿐 아니라 아스타잔틴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여러 효소들이 모두 없기 때문에, 이들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들을 도입해 생산이 가능하도록 대사회로를 먼저 설계했다. 다른 박테리아로부터 5개의 유전자를 가져오고 미세조류로부터 유전자를 가져왔다. 이렇게 해서 아스타잔틴이 합성될 수 있도록 대장균 내에 대사회로를 구축했지만 그렇게 한다고 생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정교하게 대사의 흐름을 조절해 줘야 한다. 복잡한 대사공학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대장균은 발효를 통해 1ℓ당 432㎎의 아스타잔틴을 생산할 수 있었다. 며칠 전 논문에 발표했듯이 포도향을 생산하는 대장균과 코리네균도 개발했다. 포도의 향으로 쓰이는 메틸 안스라닐레이트는 식품, 화장품, 의약품에 첨가제로 쓰이는데 이제까지는 모두 화학적으로 합성된 것을 사용했다. 대장균과 코리네균의 방향족 아미노산 대사경로를 체계적으로 조작하고 그 후 식물 유래의 마지막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도입하고 전체 대사회로를 최적화함으로써 발효에 의해 메틸 안스라닐레이트를 1ℓ당 5g 이상 생산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식품이나 화장품 등에 사용되는 물질들의 경우 화학적으로 합성된 것보다 이렇게 발효생산된 화합물을 선호한다. 그래서 이들 제품이 보다 고가에 판매된다.

이상에서 보았듯이 기능성 천연물질들은 식품, 건강,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그 수요가 급속히 늘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인구는 77억명을 넘어 100억명을 향해 계속 증가 중이다. 또한 급격한 고령화가 이루어지면서 건강 유지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기능성 천연물들은 우리가 건강하고 즐겁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생물 대사공학에 의한 기능성 천연물들의 생산은 이렇게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우리 몸에 안전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1.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이용 기술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기후변화와 이산화탄소 이용 기술

    지난해 7월 유럽을 강타한 열파(heat wave)는 프랑스에서 46.1도, 독일 42.6도, 벨기에에서 40.2도 등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모두 경신하게 했다. 특히 이 열파 기간 중 불과 5일 동안 그린란드에서는 550억t의 얼음이 녹았고, 8월1일 하루에만 130억t의 얼...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20-01-08 경향신문
    Read More
  2. [이상엽의 공학이야기]4차 산업혁명 시대, 9가지 혁명적 기술

    [이상엽의 공학이야기]4차 산업혁명 시대, 9가지 혁명적 기술

    2015년 9월7일 세계경제포럼의 클라우스 슈밥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인류사회에 미치는 파괴적 혁신의 영향력’을 주제로 강의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자율주행, 정밀의료, 유전체공학 등 떠오르는 기술들이 사회, 경제, 정치, 문...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12-11 경향신문
    Read More
  3.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시스템 리더십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시스템 리더십

    지난 3일과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퓨처 카운슬 서밋이 개최되었다. 이 글로벌퓨처 카운슬에서는 그 이름에 나타나 있듯이 미래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이 서밋은 글로벌어젠다 카운슬로 시작하여 ...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11-13 경향신문
    Read More
  4.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교육을 바꿔야만 한다, 지금 당장

    [이상엽의 공학이야기]교육을 바꿔야만 한다, 지금 당장

    매년 1월 말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은 전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들이 모여 중요한 주제들에 대한 토론을 통해 세계경제의 전망과 여러 정책들의 방향 등을 제시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중국이 세계 2강으로 부상하면서 2007년부터는 하계 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10-16 경향신문
    Read More
  5.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제조업의 변혁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제조업의 변혁

    독일의 신발 제조회사 아디다스는 다른 많은 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건비가 저렴한 아시아에서 신발을 생산해 왔다. 2016년 독일의 안스바흐 소재 스피드팩토리를 통해 아디다스 퓨처크래프트 MFG(Made for Germany)를 출시하며 ...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9-18 경향신문
    Read More
  6. [이상엽의 공학이야기]DNA 데이터 저장기술

    [이상엽의 공학이야기]DNA 데이터 저장기술

    지난달에는 세계경제포럼의 2019년 10대 떠오르는 기술과 이들 중 DNA 데이터 저장기술을 제외한 9가지에 대하여 간략히 살펴보았다. DNA 데이터 저장기술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내가 게재했던 해설을 기반으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리 ...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8-21 경향신문
    Read More
  7.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올해 ‘떠오르는 기술’ 10가지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올해 ‘떠오르는 기술’ 10가지

    세계경제포럼은 2012년부터 매년 수년 내에 우리 사회와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기술을 10가지 선정해 발표해 왔다. 올해는 지난 1~3일 중국 다롄에서 개최된 하계 다보스포럼에 맞추어 2019년도 ‘10대 떠오르는 기술’을 발표...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7-24 경향신문
    Read More
  8.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유럽연합의 미래를 위한 급진적 혁신기술들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유럽연합의 미래를 위한 급진적 혁신기술들

    두 달 전쯤 유럽연합은 ‘미래를 위한 100대 급진적 혁신기술들’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약 330페이지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는 방대한 과학기술 문헌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자동 분석을 하고 전문가 패널들이 수단계에 걸쳐 검증한 기술들이 ...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6-26 경향신문
    Read More
  9.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천연 식물의 좋은 성분, 미생물로도 만든다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천연 식물의 좋은 성분, 미생물로도 만든다

    토마토는 건강에 아주 좋다. 토마토의 여러 좋은 성분 중 라이코펜이라는 식물의 이차대사산물은 아스타잔틴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천연 항산화제이다. 이차대사산물은 어떤 생물체의 생존에 직접적으로 필수적인 대사산물은 아니지만 성장이나 외부 유해균으...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5-29 경향신문
    Read More
  10.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인공지능 시대 준비하기

    [이상엽의 공학이야기]인공지능 시대 준비하기

    2016년 3월 전 세계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국을 경이롭게 지켜보았다. 심화학습(deep learning) 기반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4승1패로 승리한 이 사건은 인공지능의 무섭게 빠른 발전을 우리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다. 전기만 꽂아주면 먹지도, 자...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5-01 경향신문
    Read More
  11. [이상엽의 공학이야기]휴대폰을 통해 본 전자제품의 순환경제

    [이상엽의 공학이야기]휴대폰을 통해 본 전자제품의 순환경제

    지난 수십년간 전자 및 정보통신 산업의 눈부신 발전은 현대의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혁을 가져왔다. 지하철을 타면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 오래고,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보느라 ...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4-03 경향신문
    Read More
  12. [이상엽의 공학이야기]미래의 화학산업

    [이상엽의 공학이야기]미래의 화학산업

    지난 반세기 한국이 빠른 경제성장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석유화학산업은 지난해 수출액만 501억달러에 달해 총 수출액이 6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석유화학산업은 거의 모든 산업에 기초가 되는 국가 기간산업이자 전략산업이다. 그...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3-06 경향신문
    Read More
  13. [이상엽의 공학이야기]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위협과 대응

    [이상엽의 공학이야기]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위협과 대응

    필자는 지난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의 연차총회, 일명 다보스포럼에 다녀왔다. 다보스포럼 직전에 발표된 올해 전 세계 위협요인들에는 예년과 유사하게 기후변화, 자연재해, 데이터 사기, 사이버 공격 등이 포함되었는데, 특이하게도...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2-06 경향신문
    Read More
  14. [이상엽의 공학이야기]플라스틱은 과연 환경의 적일까

    [이상엽의 공학이야기]플라스틱은 과연 환경의 적일까

    우리 몸의 70%는 물이고 우리 주변의 물건들은 70%가 플라스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생각하기가 힘들다. 가볍고 물성이 뛰어나며 값이 상대적으로 싸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plastic)은 그 어원이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2019-01-09 경향신문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